K-POP・엔터테인먼트

K-드라마 뉴웨이브: 오징어 게임 이후의 성장 궤적

오징어 게임 이후 5년, K-드라마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장르의 확장, 제작 방식의 변화, 글로벌 OTT와의 협업 구조를 살펴봅니다.

윤지혜 (Jihye Yoon) 2026년 2월 15일 9분 K-POP・엔터테인먼트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2021년 9월을 업계 안쪽에서는 "전과 후를 가르는 선"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 전과 후가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 5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많은 것이 바뀐 건 맞는데, 그 방향은 예상보다 덜 극적이고 더 구조적이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OTT가 한국을 샀다"는 오해

오징어 게임 직후 영미권 보도에서는 "Netflix가 한국 드라마 산업을 장악했다"는 톤의 기사가 자주 눈에 띄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2021~2025년 사이 한국 오리지널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 시장의 중심이 지상파・케이블에서 글로벌 OTT로 완전히 이동한 것은 아니다. tvN, JTBC, MBC, SBS, KBS는 여전히 매년 적지 않은 수의 드라마를 제작한다. 디즈니+와 쿠팡플레이, 웨이브, 티빙도 각자의 포지션을 키웠다.

변한 것은 "한 편이 어디서 팔리느냐"의 경로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외 판권은 편성 이후 따라오는 부수익이었다. 지금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해외 배급 경로를 확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원주인이 한국 방송사이든 글로벌 플랫폼이든, 결과적으로 한 편의 드라마가 수십 개 국가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구조가 기본값이 됐다.

장르의 확장 — 예상보다 조용한 방식으로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형 서바이벌 스릴러"가 대유행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몇 편의 성공작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같은 기간에 더 크게 성장한 장르는 조용한 쪽이다. 인간 관계를 섬세하게 다루는 드라마, 오피스 코미디, 음식을 둘러싼 가족 드라마, 여성 중심 서사, 그리고 현대 직장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작품들이 국내외에서 꾸준한 반응을 얻었다.

해외 시청자가 한국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것은 단일한 장르가 아니라, 인물이 소모되지 않고 이야기 안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방식 자체다.

— 한 OTT 편성 담당자

이 관찰에는 일정 부분 진실이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나 더 글로리(2022~2023) 같은 작품이 해외에서 오래 회자된 이유는 자극의 강도가 아니라 인물에 대한 서술의 결 때문이었다. 2023년 이후의 히트작들 — 장르를 달리하지만 — 대부분이 같은 덕목을 공유한다.

제작 방식의 변화 — 대본과 회차

가장 눈에 띄는 제작 변화는 회차 수의 축소다. 2010년대에는 16부작・24부작 드라마가 표준이었다. 2023년 이후 12부작・10부작・8부작의 비율이 빠르게 늘었다. 몰입도를 유지하기 쉽고, 글로벌 시청자가 한 주말에 완주하기 좋은 포맷이라는 실용적 이유가 크다. 작가 입장에서도 회차가 짧아지면 무리한 전개 확장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변화에는 그늘도 있다. 긴 호흡의 드라마가 가진 특유의 여유 — 부차적 캐릭터들이 천천히 성장하거나, 서브플롯이 차곡차곡 쌓이는 방식 — 가 줄어들었다. 제작사 현장에서는 "짧아진 대신 압축되어 숨을 못 쉰다"는 평가도 종종 나온다.

시기 평균 회차 주 편성 공개 방식
2015~202016~24부주 2회(평일)편성일 공개
2021~202312~16부주 2회 또는 주 1회주간 공개 + 사후 전편 공개
2024~20268~12부주 1회 또는 분할 공개파트 1/2 분할 또는 전편 동시 공개

배우 풀과 신인 작가의 부상

2020년대 초반 제기된 "대형 배우가 OTT로 쏠린다"는 우려는 양방향으로 진행됐다. 탑급 배우들은 확실히 OTT 오리지널 출연 빈도를 늘렸지만, 동시에 다양한 연령대의 조연급 배우들에게 주연 기회가 열렸다. 중견 배우의 필모그래피 깊이가 인정받는 작품이 늘었고, 2024년 이후에는 30대 중후반 여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주연작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신인 작가의 진입은 또 다른 의미 있는 변화다. 공모 당선작 중 OTT로 바로 제작되는 사례가 늘었고, 장편 경력이 없는 작가의 데뷔작이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지상파 미니시리즈 조연출·보조작가로 수년을 거쳐야 했던 경로가 다변화된 것이다.

과제는 여전하다

제작비 상승과 편당 단가 급등은 중소 제작사에는 부담이다. 2024년부터 일부 대형 제작사가 지분을 확대하면서 산업 구조의 집중화가 다시 지적되고 있다.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커지면서 특정 지역에서 금지되거나 검열되는 소재를 처음부터 피하는 '선제적 자기 검열' 경향도 일부 나타났다. 이는 현장 작가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주제다.

촬영 현장의 노동 조건도 완전히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일정이 여러 차례 조정되었고, 2023~2025년 사이 여러 제작사와 스태프 단체가 표준 근로 가이드라인을 두고 협의를 이어왔다. 2026년 현재 이는 여전히 진행형 과제다.

남기는 말

오징어 게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특정 장르의 세계적 유행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자에게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선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앞으로 한동안 더 깊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류 4.0의 관점에서 보면, 드라마는 이미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가장 안정적인 축이 됐다. K-POP과의 시너지도 계속 시험되는 중이다 — 아이돌 출연 드라마의 비중, OST의 글로벌 성적, 촬영지 관광 수요까지.

윤지혜 (Jihye Yoon)

엔터 담당 편집자 · Entertainment Editor

Reviewed by Soyeon Choi (최소연), Culture Editor

대중음악 전문 매체에서 8년간 K-POP과 드라마를 취재했습니다. 팬덤 문화, 아이돌 산업 구조, OTT 콘텐츠 동향에 관한 기사를 주로 씁니다. 정정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 문의 페이지를 통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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