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의 맛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어떤 단어가 될까. 매운맛? 감칠맛? 둘 다 답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맛들이 어디서 오는지 역순으로 따라 올라가 보면 결국 한 지점에 닿는다. 발효. 장독대에 늘어선 항아리, 냉장고 한쪽에 자리잡은 김치, 국밥 위에 얹힌 새우젓 한 숟갈까지 — 모두 같은 원리의 자손들이다.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발효시켰을까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여름과 겨울을 넘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발효였다. 가을 수확물을 소금에 절여 겨울을 나고, 콩을 말려 메주로 만들어 간장・된장을 빚고, 초봄에 잡은 생선을 젓으로 담가 1년 내내 조미료로 쓰는 — 이런 구조가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의 맛'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같은 간장이라도 3년 된 것과 5년 된 것은 다르고, 갓 담근 김치와 1년 묵은지는 용도가 다르다. 한식에서 '잘 익은 맛'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장(醬) — 한식 맛의 세 기둥
간장, 된장, 고추장. 이 세 가지는 한식 조리의 기본 뼈대다. 셋 다 콩 발효에서 출발하지만, 과정과 첨가물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으로 갈라진다.
장의 세 가지 — 간단 비교
- 간장 (ganjang)
-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걸러낸 액체. 음식에 짠맛과 감칠맛을 더한다. 조선간장(집간장)과 양조간장(왜간장)으로 구분된다.
- 된장 (doenjang)
- 간장을 거르고 남은 메주 덩어리를 다시 숙성시킨 것. 구수하고 깊은 맛. 된장찌개・쌈장・나물 무침에 쓰인다.
- 고추장 (gochujang)
- 찹쌀・고춧가루・메주가루・소금을 섞어 발효시킨 것. 매운맛과 단맛이 공존. 비빔밥・떡볶이・양념의 핵심.
전통적으로는 한 집에서 이 셋을 직접 담갔다. 입동 전후로 메주를 쑤어 처마에 매달아 건조・발효시키고, 초봄에 소금물에 담그고, 장 가르기(간장과 된장 분리)를 하고 — 이 과정이 1년 주기로 반복되었다. 지금 이 전 과정을 집에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시골 장독대에서는 여전히 진행되는 곳이 있다.
젓갈 — "소금의 친척"
한국의 서해・남해 연안은 어종이 풍부했다. 잡은 생선이나 새우・조개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것이 젓갈이다. 멸치젓, 새우젓, 까나리액젓, 명란젓, 오징어젓 — 수십 가지가 있다. 용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반찬으로 그대로 먹기, 다른 하나는 김치와 장류의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 재료로 쓰기.
김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어떤 젓갈을 얼마나 넣느냐다. 전라도 김치가 진한 감칠맛으로 유명한 이유가 젓갈을 많이 쓰는 지역적 전통에서 비롯되고, 경상도 김치가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상큼한 편인 것도 젓갈 사용량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김치 — 가장 친숙한 발효
김치는 한국 발효 세계의 가장 유명한 얼굴이다. 김치에 대해서는 김치의 세계화 기사에서 따로 다루었다. 여기서는 김치를 "하나의 요리"가 아니라 "발효 스펙트럼"으로 보는 관점만 짚어 두자. 담근 지 하루 된 생김치에서 일 년 넘게 묵힌 묵은지까지, 같은 재료가 시간의 축을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발효의 시간이 요리의 순서를 정한다
과학으로 본 발효
한국 발효 식품의 주인공은 대부분 젖산균이다. 김치의 Leuconostoc, 장류의 Aspergillus oryzae(누룩곰팡이)와 Bacillus, 젓갈의 호염성 세균들이 각자 역할을 나눈다. 숙성 과정에서 유산, 아미노산, 펩타이드, 유기산이 생성되고, 이것들이 한식 특유의 감칠맛과 구수한 맛을 만든다.
2010년대 이후 한국 발효 식품의 장내 미생물 효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관점에서 김치・된장이 재조명되었고, 관련 건강 기능성 식품 시장도 성장했다. 이런 연구는 진행 중이며, "무조건 건강에 좋다"는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은 연구자들도 꾸준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가정에서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
직접 장을 담그는 집은 확연히 줄었다. 도시화, 아파트 중심의 주거 형태, 시판 장류의 품질 향상이 함께 작용했다. 그러나 발효 음식을 '먹는' 행위는 여전히 한국 식탁의 중심에 있다. 김치냉장고 보급률은 여전히 매우 높고, 편의점의 간편식 김치・된장찌개 판매는 꾸준히 늘어난다.
새로운 흐름도 있다. 소규모 발효 워크숍, 지방의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 전통 장류를 현대 식재료와 결합한 레스토랑 — 2020년대 들어 발효를 '배우고 체험하는' 영역이 부분적으로 부활했다. 이는 해외에서 자연 발효・로컬 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진 흐름과도 연결된다.
한 숟갈의 깊이
좋은 한식당의 음식을 한 숟갈 먹었을 때 느껴지는 '깊이' — 이 모호한 감각의 실체는 대체로 발효에 있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이나 마늘의 톡 쏘는 풍미는 발효된 장과 젓갈 위에 얹혔을 때만 제자리를 잡는다. 한식이 매운맛만의 요리라고 오해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한식을 끌고 가는 힘은 발효가 만들어 내는 감칠맛이다. 김치의 이야기와 시장 음식의 다양성까지 함께 보면, 발효라는 공통 뿌리가 한식 전체를 아래에서 받치고 있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